
도시에서 살다 보면 밤하늘이 이상히리 만큼 밝은 날이 있다. 어둠이 내려와야 할 시간인데도 하늘 전체가 흐릿하게 주황빛으로 뒤덮여 있는 경우이다. 어느 날 밤,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강변 도로를 지나는데 하늘이 마치 마지막 노을이 남아 있는 것처럼 밝게 보였다.
달도 없고 별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빛이 가라앉지 않고 하늘을 계속 떠도는 느낌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그 빛이 단순한 조명의 밝기가 아니라 스카이글로우라는 대기광학 현상이라는 걸 분명히 이해했다.
스카이글로우는 왜 생기는걸까
도시에서 새어나온 불빛은 하늘로 그대로 올라가게 된다. 가로등, 건물 외벽 조명, 간판, 자동차 불빛 같은 모든 빛이 대기 중의 입자를 만나면 산란된다. 이때 입자 크기가 일정 범위에 있을 때 발생하는 미 산란이 특히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미 산란은 빛을 넓고 고르게 퍼지게 들어어서, 도시 하늘에 밝은 층을 만든다.
그래서 밤인데도 불구하고 도시의 하늘이 주황빛 또는 노란빛으로 부드럽게 비쳐 보이게 된다. 나는 이 장면을 여러 번 봤지만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그 밝기가 훨씬 강해지는것을 알게 되었다. 공기 중에 수증기와 먼지가 많을수록 빛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구름은 거대한 반사판
구름이 있는 날 스카이글로우는 훨씬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구름은 도시의 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아래에서 올라온 조명이 구름의 바닥에 닿아 다시 지면 쪽으로 되돌아오면서 빛이 한 번 더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전방산란이 더해져 구름 아래쪽에 밝은 띠가 생긴다. 그 빛이 넓게 퍼져 하늘 전체가 밝게 보이게 된다. 나는 흐린 날 밤 도심에 서 있을 때마다 이 반사 효과를 체감한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은 하늘이 오히려 더 밝아지고, 빛의 기운이 더 부드럽게 퍼져 있다.
습기 많은 지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방콕처럼 습기가 많은 도시에서는 스카이글로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공기 중에 물방울과 먼지가 많으면 빛이 산란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강이나 호수 주변은 밤에도 수증기가 계속 올라와 대기층을 두껍게 만든다.
내가 강가를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같은 조명이라도 강 주변에서 하늘이 훨씬 더 밝아 보인다는 점이다. 대기층 안에 빛을 흩어낼 수 있는 입자가 많아 빛이 계속 머물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시야뿐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 놓는다.
도시에서 벗어나면 스카이글로우가 사라지는 이유
도시 불빛이 사라지고 대기 중 입자 밀도가 줄어든 지역으로 들어서면 스카이글로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늦은 밤 외곽 도로를 지나며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었는데, 도심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또렷하게 보였다.
도시를 떠나자 산란될 빛이 줄어들고 대기층이 어두운 본래의 성질을 되찾은 것이다. 이 때 느낀 하늘의 대비가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도시의 하늘은 인공적으로 밝아져 있지만, 자연 상태의 하늘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어둡다.
스카이글로우가 남기는 감각
스카이글로우는 단순히 하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밤의 감각을 바꾼다. 하늘이 완전히 어둡지 않으면 밤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모호해진다. 나는 스카이글로우가 강한 날을 보면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빛이 대기층에서 오래 머무르며 공간을 채우고, 그 결과 밤하늘은 자연의 어둠이 아닌 도시가 만든 빛의 층으로 보인다. 스카이글로우는 그래서 대기광학 현상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