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이 있는 방향을 바라볼것이다. 노을의 붉은 기운이 짙어지고, 구름이 빛을 퍼뜨리며 만들어내는 긴 빛줄기를 사진으로 남기기 바쁘다. 그런데 나는 몇 년 전 가을, 부산 기장 바다에서 해질녘 하늘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아주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태양을 등지고 바다 쪽을 보는데, 이미 해가 넘어갔음에도 하늘은 어두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평선 위 먼 하늘에서 여러 개의 빛줄기가 한 지점으로 모이는 듯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나는 그때 이 현상이 착시가 아니라 대기와 지형, 빛의 각도가 함께 만든 실제 광학 구조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바로 반대빛살이었다.
태양이 없는 방향에서 빛이 모여서 보이는 이유
반대빛살은 태양빛이 구름 사이로 퍼지며 만들어낸 빛줄기, 즉 빛살이 멀리 있는 관측자 눈높이에서 하나의 지점으로 빗살처럼 수렴해 보이는 현상이다. 실제로는 빛줄기가 모이지 않는다. 오히려 태양 근처에서 벌어져 나온 평행한 빛줄기가 먼 지평선 쪽에서 하나의 점에서 모이는 것처럼 보이는것일 뿐이다. 도로에서 전봇대가 멀리 갈수록 한 점으로 모이는 것처럼, 원근법이 하늘 전체에 적용되는 원리다. 나는 이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태양이 없는 방향인데도, 마치 어디선가 빛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태양 뒤쪽의 빛줄기가 구름 사이에 남아 있고, 그 패턴이 멀리까지 이어진 덕분에 이런 대기 원근 깊이가 형성되는 것이다.
구름의 틈 그리고 공기층의 두께가 만들어낸 하늘의 원근
반대빛살을 자세히 관찰하면, 빛줄기 하나하나는 선명하지가 않다. 옅은 명암의 차이, 공기 습도, 먼 거리에서 누적된 대기층의 두께가 빛의 경계를 부드럽게 퍼뜨리게 떄문이다. 나는 그날 바다 수평선 위로 올라오는 얇은 구름대를 보며, 빛이 그 틈과 겹치며 매우 긴 길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태양 가까이에서 생긴 빛의 간격은 넓지만, 관측자에서 멀어질수록 간격이 점점 좁아져 하나의 점으로 향하는 듯한 고요한 흐름이 만들어진다. 빛기둥이나 무지개처럼 얼음 결정의 굴절이 중심이 아니고, 산란 고리처럼 색이 분리되는 구조도 아니다. 오직 대기 층이 가진 깊이와 선형 패턴이 만든 기하학적 광학 효과일 뿐이다. 그래서 강렬한 색은 없지만, 형태는 잊히지 않는다.
왜 반대빛살은 해질녘에만 선명하게 관찰될까
태양 고도가 낮을수록 빛은 긴 대기층을 비스듬히 관통한다. 그 과정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더 극명히 대비된다. 또한 태양이 구름이나 지형 뒤로 사라지는 순간, 빛줄기의 근원은 없어졌지만 하늘 전체에는 여전히 빛의 잔향 구조가 남아 있다. 그래서 반대쪽 하늘은 마치 독립된 광원이 있는 것처럼 은은하게 밝아지고, 빛줄기는 더 또렷해진다. 나는 그 시간대를 늘 좋아한다. 태양을 보지 않아도, 태양이 남긴 구조를 하늘 반대편에서 온전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거꾸로 보는 법을 알려주는 현상
반대빛살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믿어온 방향성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빛은 태양에서만 온다”는 단순한 기준은 이 현상을 보면 금세 무너진다. 빛은 실제로 태양 뒤쪽에서 생성되지만, 관측자와 공기층 사이의 거리, 원근, 구름의 틈, 지형의 높낮이가 합쳐지며 하늘 반대편을 밝히는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그래서 반대빛살을 보면 언제나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하늘은 왜 항상 태양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태양을 설명하는 것일까?”
그 질문이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게 하고, 반대빛살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