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오후, 해가 낮아지고 공기 속 온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던 시간이었다. 하늘 한쪽에 무겁게 자리 잡은 구름이 있었고, 그 구름 사이 작은 틈에서 빛이 물결처럼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 하늘을 살짝 열어 내부의 밝은 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듯했고, 그 빛줄기들은 땅으로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신의 손가락”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보다 더 인간적인 무언가였다. 바쁘게 지나가던 하루가 잠시 멈추고, 빛이 사라지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더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틈새빛살이 특별한 이유는 빛이 실제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현상은 빛의 성질이 아니라 사람의 시점이 만들어낸 착시현상에 가깝다. 빛은 원래 항상 직선으로 이동한다. 태양에서 오는 빛도 서로 거의 평행한 방향이다. 다만 구름이 빛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일부는 통과하도록 놔두기 때문에 빛줄기가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다.
멀리 있는 철길이 한 점에서 모여 보이는 것처럼, 평행하게 지나가는 빛줄기도 멀리서 보기에는 마치 한 지점에서 갈라지는 부채꼴 형태처럼 보이게된다. 나는 이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인간의 눈이 얼마나 쉽게 속는지 새삼 놀라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 속임수 덕분에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틈새빛살은 아무때나 나타나지 않는다.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늘은 ,이 장면을 보여준다.
첫째, 태양이 낮게 위치해야 한다. 빛이 수평 방향으로 길게 들어오면 구름의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둘째, 구름의 두께가 균일하지 않아야 한다. 완전히 두꺼운 구름은 빛을 모두 막아버리고, 너무 얇은 구름은 빛줄기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셋째, 공기 중에 적당한 입자가 필요하다. 먼지, 습기, 미세한 물방울들이 있어야 빛이 산란되며 빛줄기 형태가 눈에 보인다.
나는 비가 오기 직전이나 비가 막 그친 후, 혹은 여름철 습도가 눈에 띄게 높은 날에 이런 빛살을 자주 보곤했다. 공기 속 작은 입자들이 빛줄기를 하나의 형체처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항상 같은 색을 띠지 않는다. 어떤 날은 황금빛이고, 어느 날은 주황색의 부드러운 조명을 내린다. 또 더운 여름날에는 의외로 차갑고 옅은 파란빛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빛이 대기층을 지나오는 동안 어떤 파장이 더 많이 산란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해 질 녘의 노란빛과 붉은빛은 대기를 더 길게 통과한 빛이 살아남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틈새빛살은 대기의 상태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각적 지도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틈새빛살을 가장 깊게 느꼈던 순간은 여행 중 산책을 하던 때였다. 구름이 낮게 깔려 평소보다 하늘이 묵직해 보이던 날이었다. 어느 순간, 구름의 틈이 좁게 열린 곳에서 빛줄기가 땅을 향해 길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마치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이 현상은 사람 감정에 영향을 주기 쉽다. 빛줄기와 그림자의 대비, 그 안에서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변화는 감수성을 건드린다. 밝아서가 아니다. 그 빛은 항상 그림자를 동반하고, 그 대조가 풍경을 더 깊게 만든다.
틈새빛살을 보고 있으면 빛이 실제로 땅에 닿아 길을 만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는 빛이 특정 지점을 향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구름과 빛의 기하학적 관계가 그런 모양을 만든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광학적 원리 때문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공간과 시간의 감각을 바꿔버리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빛살이 땅을 향해 내려오는 방식이 늘 조금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운 날에도 틈새를 찾아 빛이 내려오는 모습은 참 사람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틈새빛살은 자연이 매일같이 준비하는 장면 중 하나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빛이 땅으로 향해 내려오는 모습은 사실 빛이 직선을 유지하며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각임에도,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상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든 감성적으로 바라보든, 틈새빛살은 하늘과 구름, 공기가 함께 그린 하나의 길이다. 나는 이 현상을 볼 때마다 자연이 얼마나 단순한 요소들로도 깊은 인상을 만들어내는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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