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란운 –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탑

한여름날의 오후, 하늘 위에 솟아오른 커다란 구름을 본 적이 있을것이다.
마치 솜을 쌓아 올린 듯이 부풀어 오르고, 그 끝은 마치 성벽처럼 하늘을 가득 메운다.
이 웅장한 구름이 바로 적란운(Cumulonimbus)이다.
나는 여행 중 버스 창문 밖으로 적란운이 천천히 만들어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감정은 두려움보다는 경외심이었다.
이 구름은 단순한 수증기의 집합체가 아니라, 대기 에너지의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적란운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적란운은 뜨거운 지표면에서 상승한 공기가 냉각되며 생기는것이다.
기온이 높고 습한 날, 지표의 공기는 빠르게 상승된다.
상승한 공기는 기압이 낮은 상층에서 팽창하면서 식게 되고, 수증기가 응결해 구름 방울을 형성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구름이 수직으로 만들어지며 ‘적운’이 ‘적란운’으로 변하게되는 것이다.
최대 높이는 15km 이상까지도 도달할 수 있으며, 상부는 영하 수십 도의 온도에서 얼음결정으로 변한다.
그 얼음결정이 햇빛을 받아 흰색의 탑처럼 보이는것 이지만, 내부는 강한 상승기류와 낙하기류가 충돌하는 매우 격렬한 공간이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투

적란운 속안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상승기류는 따뜻한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고, 낙하기류는 차가운 공기와 빗방울, 얼음 알갱이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이 두 흐름이 부딪히면서 마찰로 인한 전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번개가 된다.
천둥은 번개의 열이 공기를 급 팽창시키면서 생긴 충격파이다.
나는 여름밤, 창문을 닫고도 들려오는 천둥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 소리는 하늘 속 공기의 싸움이구나”라고 생각하곤 했다.
한 구름 안에서만 기류가 초속 20m 이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작은 하늘 속에서 거대한 자연 실험이 벌어지는 것이다.

적란운이 만들어내는 날씨 변화

적란운이 생기면, 곧 소나기, 번개, 돌풍이 뒤따르게 된다.
적란운이 빠르게 성장하면 구름의 상단이 퍼져 버섯 모양으로 변한다.
이는 상층 대류권 계면에 닿았다는 의미이다, 그 이후엔 구름이 더 커지지 못하고 옆으로 확산되며 퍼진다.
그 단계가 되면 곧 굵은 빗줄기와 낙뢰, 때로는 우박이 떨어지기도 한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가장 피하려 하는 구름이 바로 적란운이다.
레이더상에서도 강한 반사 신호로 나타나며, 안으로 들어가면 난기류로 인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경고, 그리고 아름다움

적란운은 위험하지만 반면에 아름답다.
그 구조는 완벽에 가깝다.
밑은 짙고 어둡고, 위로 갈수록 밝고 희다.
햇빛이 구름 위에서 반사될 때, 마치 하늘 위의 거대한 대리석으로 된 산맥 같다.
나는 태국 방콕의 습한 오후, 창문 너머로 번개가 번쩍이며 적란운이 붉게 물드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 순간의 감정은 정말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압도적이었다.
지구가 ‘살아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기가 보내는 신호로서의 구름

적란운은 단순한 구름이 아니다.
대기 불안정이 극대화되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기상학자들은 이 구름을 통해 폭풍의 규모와 강도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위성사진에서 적란운이 무리지어 생기게 되면, 그것은 곧 국지성 폭우나 열대성 저기압의 전조 현상이다.
즉, 하늘에 거대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나는 적란운을 보게될때면  늘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숨을 쉬듯 성장하고, 내부에서 에너지를 순환시키며, 결국 비와 번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구름을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없으면 지구의 순환이 멈추게 되는것이다.
비는 생명의 근원이며, 적란운은 그 비를 만드는 거대한 공장과도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이 구름은 자연의 파괴자인 동시에 창조자 이다.
매년 여름 하늘을 가득 채우는 저 거대한 탑은, 지구 대기가 얼마나 역동적인 존재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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