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무지개를 처음 봤던 날, 나는 이것이 착시인지 진짜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비가 갠 직후였고,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보름달이 떠 있었다. 그런데 달 반대편 하늘에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도는 반원형 띠가 있었다. 색이 강렬하지 않아 처음엔 빛번짐이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무지개의 형태가 확실히 보였다. 낮에 보는 화려한 무지개와는 전혀 달랐다. 마치 달빛이 비밀스럽게 남긴 흔적 같은 느낌. 바로 월광 무지개(Moonbow)였다.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꼭 햇볕이 있어야 하는것만이 아닌 ‘빛’이면 가능하다. 달빛 역시 태양광이 반사된 것이므로 성질은 같다. 다만 달빛의 밝기가 태양의 약 40만분의 1 수준이라, 무지개 색이 선명하게 보이기는 어렵다. 그래서 월광 무지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보름달 또는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밝은 달
달이 하늘에서 낮게 위치해 있을 것
관찰자 반대편에 비구름 또는 미세한 물방울이 존재할 것
밤하늘이 매우 어두워야 할 것
이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는 날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 그래서 월광 무지개는 자연 다큐멘터리나 장기 노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행운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월광 무지개는 일반 무지개와 같은 원리로 생기지만, 색감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낮의 무지개는 강렬하고 선명한 색
월광 무지개는 희미하고 파스텔 같은 백색 또는 옅은 청색
특히 인간의 눈은 어두운 환경에서 색을 인식하기 어려워, 월광 무지개를 흰색 무지개(white rainbow) 처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진으로 촬영 후 보면 색이 비교적 눈으로 볼때보다는 선명하게 보인다. 이것은 인간의 시각 한계 때문에 생기는 차이 이다.
경험적으로 말하면, 월광 무지개는 ‘낯섦’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무지개는 낮에만 떠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데 그 익숙함이 뒤집히는 순간, 풍경이 전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느껴진다.
나는 그날, 물기 가득한 공기와 차가운 밤공기 사이에서 달빛이 부드럽게 번지는 걸 보며 묘한 고요함을 느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게 스며드는 풍경이었다. 빛이 작게 울리는 듯한 느낌, 색보다 형태로 다가오는 무지개. 낮의 무지개가 경쾌한 감동이라면, 월광 무지개는 차분한 감정에 가깝다.
월광 무지개는 단순히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라, 대기 상태를 정교하게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물방울의 크기와 균일성
습도 유지
달빛이 산란되기 좋은 대기 투명도
강수 직후 형성되는 미세한 물막
이 조건들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월광 무지개가 보였다는 건 그날의 공기가 매우 ‘정밀한 상태’에 있었다는 의미다. 사진작가와 연구자들이 월광 무지개를 귀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광 무지개는 자연이 만든 가장 조용한 무지개다. 낮의 무지개가 정면으로 다가오는 감동이라면, 월광 무지개는 속삭이는 감정에 가깝다. 달빛 아래에서만 완성될 수 있는 이 현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광학의 법칙이 밤에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이 무지개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신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빛이 약해도, 공기와 물이 있으면 무지개는 언제든 태어날 수 있다.”
월광 무지개는 그 사실을 가장 조심스럽고 은근하게 말해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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