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북쪽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면 누구나 한 번쯤 오로라를 실제로 보길 기대 할것이다. 나도 그랬다. 너무 많은 사진을 봐서인지 실제로 보면 덜 감동할 줄 알았는데, 직접 눈으로 마주한 순간 그런 생각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 하늘 한쪽에서 아주 옅은 초록빛이 피어올랐다.
처음엔 눈이 착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빛이 천천히 길어지며 하늘을 가로질렀고, 더 밝아지면서 움직임까지 생기자 그제야 그게 오로라 라는것을 깨닫게 되었다. 실제 오로라는 사진보다 훨씬 넓고, 훨씬 조용하며, 생각보다 훨씬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빛이 공기 속에서가 아니라 하늘 위층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오로라의 시작점은 태양이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전하 입자들이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데, 이 흐름이 지구 자기장의 경계에 닿으면 꺾여 극지방 상공으로 몰린다. 거기서 입자들은 산소와 질소 같은 대기 분자와 충돌한다.
이 충돌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오로라의 빛이다. 산소는 초록빛과 붉은빛을 만들어내고, 질소는 분홍빛과 보라빛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오로라는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이지 않고 여러 층을 이루며 변화하는 것이다. 내가 본 오로라도 처음에는 초록빛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층이 옅은 분홍빛으로 바뀌었다. 빛이 생기는 고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설명이 머릿속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오로라가 하늘에서 흔들리듯 보이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다. 상층 대기에서 전하 입자가 흐르는 길이 일정하지 않아 빛의 분포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은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고, 전하 입자들은 그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일정한 위치에서 에너지를 내보낸다.
이 위치가 바뀌면 빛도 함께 이동한다. 그래서 오로라는 바람이 없는 날에도 흐르고, 흔들리고, 갑자기 끊어졌다가 이어진다. 나는 그 움직임이 마치 하늘에서 투명한 사람이 거대한 천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용한 밤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장막이 움직이는 장면은 어떠한 설명보다도 강렬했다.
오로라는 지상 날씨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지만, 관찰 환경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공기가 맑고 건조한 날은 빛의 경계가 선명하게 보이고, 구름이 얇으면 오로라의 윗부분까지 모두 보인다. 반대로 대기 중에 습기나 박무가 많으면 오로라의 흔들림이 뭉개져 흐릿하게 보인다.
내가 가장 선명한 오로라를 본 날은 공기가 깨끗하고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었다. 주변 소음이나 빛공해도 전혀 없어서 하늘 전체가 어둠 속에 잠긴 듯했는데, 그 속에서 오로라만 조용히 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의 흐름도 멈춘 것 같았다.
오로라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지구와 태양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눈앞에서 빛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오로라를 보면 “하늘이 빛난다”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무언가가 계속 흐르고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나도 오로라를 보고 난 뒤로는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까지 상상하게 되었다. 오로라는 빛이 아니라 지구의 가장 먼 층에서부터 내려오는 하나의 신호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더 깊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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