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 태양 옆에 나타나는 쌍둥이 빛

맑은 겨울 하늘에 태양 양옆으로 밝은 빛점이 나타난 모습.
태양 옆에 두 개의 둥근 빛이 보이며, 희미한 원형 띠가 하늘을 둘러싸고 있다.

어느 맑은겨울날 문득 하늘을 보면, 태양 양옆에 둥근 빛들이 나타나는 현상을 본 적이 있나요?
태양처럼 밝게 빛나지만 태양과는 살짝 떨어져 있고, 마치 하늘에 태양이 두 개 뜬 것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빙정무리(Sun Dog)’ 혹은 ‘파르헬리온(Parhelion)’이라 불립니다.
고위도 지역에서는 비교적 자주 보이지만, 한국에서도 조건이 맞으면 종종 관찰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비로워 예로부터 ‘쌍태양’, ‘천상의 징조’로 불리웠던 현상입니다.

얼음 결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태양

무리는 상층 대기, 즉 대략 5~10km 높이에 떠 있는 얇은 권운 속의 얼음 결정이 만들어 냅니다.
이 결정들의 대부분은 육각형 으로 되어 있으며, 대기 중에서 낙하할 때 평평한 면이 지면과 평행을 이루도록 떠다닙니다.
태양빛이 이 결정의 한 면으로 들어가서 다른 면으로 빠져나갈 때, 빛이 일정한 각도(약 22도)로 굴절되면서
태양 양옆에 밝은 점으로 나타나게 되는것 입니다.
즉, 태양 주위에 나타나는 빛띠의 일부가 유독 강하게 보이면서 ‘또 하나의 태양’처럼 보이게 되는것이다.
이 각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빙정무리는 언제나 태양과 약 22도 떨어진 지점에서 형성된다.

22도 무리와의 관계

무리는 ‘22도 무리(22° Halo)’와 깊은 관련이 있다.
22도 무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둥근 원 형태로 생기는 광환으로,
빙정무리는 그 원의 양옆이 특히 밝게 빛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무리 전체가 보이지 않고, 양옆의 빛점만 나타나는 경우도 관찰되기도 한다.
이럴 때 하늘에서는 태양과 함께 두 개의 밝은 점이 나란히 뜬 것처럼 보인다.

색이 있는 이유?

무리는 주로 붉은색이 안쪽에, 파란색이 바깥쪽에 나타난다.
이는 빛이 굴절될 때 파장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빨간빛은 각도가 작고, 파란빛은 크게 굴절되므로,
결과적으로 붉은색이 태양 쪽에, 푸른색이 바깥쪽에 보이게 된다.
이때 얼음 결정의 크기나 정렬 상태에 따라 색이 뚜렷하거나 흐릿하게 보이게 된다.
대기가 깨끗하고 결정을 이루는 입자가 고르게 분포할수록 선명한 색을 띤다.

나타나는 계절과 시간

무리는 기온이 낮고, 대기 상층에 얇은 권운이 형성되었을 때 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겨울철 맑은 날, 특히 태양이 낮게 떠 있을 때에 관찰될 확률이 높다.
일출 직후나 해질 무렵에, 햇빛이 대기를 비스듬하게 통과할 때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여름에도 생길 수는 있지만, 대기 온도가 높으면 얼음 결정이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겨울 하늘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이 보여주는 착시

무리는 태양 옆에 또 하나의 태양이 떠 있는 듯한 시각적 착시를 준다.
하지만 그 빛점은 실제로 존재하는 별이나 광원이 아니다,
얼음 결정 속에서 굴절된 태양빛이 우리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이상으로, 대기의 구조와 온도, 습도를 알려주는 과학적 지표가 되기도 한다.
빙정무리가 관찰된다는 것은 상층 대기에 얼음 결정이 다량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겨울 하늘의 쌍둥이 태양

무리는 자연이 만든 가장 정교한 빛의 설계도다.
하늘 위에서 보이는 쌍둥이 태양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공기 중의 얼음 결정들이 일정한 각도로 정렬된 결과다.
그 결정 하나하나가 프리즘처럼 빛을 꺾으며 만들어낸 수학적인 아름다움이 바로 빙정무리다.
찬 공기, 높은 하늘, 그리고 햇빛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만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대기광학이 가진 예술성과 과학성이 가장 완벽하게 어우러진 순간이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뜨는 듯한 착시는, 사실 지구가 스스로 만든 가장 아름다운 빛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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