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다음날 아침 바닥에 쌓인 눈이 반짝이는 이유

새벽 공기가 아직 날카로운 겨울날,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을 덮고 나면
아침 햇빛은 평소보다 훨씬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는 몇 해 전 한겨울, 평창 봉평 작은 마을 길을 걸으며
눈빛이 반짝이는 풍경을 꽤 오랫동안 바라본 적이 있다.
햇빛은 이제 막 수평선 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바닥에 쌓인 눈은 누군가 음식을 위에 솔솔 뿌린 설탕처럼 부드럽게 반짝이며 흔들리는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반짝임은 규칙적이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생생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도 시야의 끝에서 작은 빛 점들이 피어오르고 사라졌다.

햇빛이 눈을 만나면 작은 거울이 된다

눈은 흰색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주 작은 얼음 조각들의 집합이다.
조각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면을 가지고 있어
아침 햇빛을 받는 순간 작은 거울처럼 빛을 파편으로 쪼개 반사한다.
그래서 눈바닥 전체가 균일하게 밝은 것이 아니라,
햇빛과 만나는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나는 이를 보며 눈은 단순히 차가운 흰 덩어리가 아니라
빛을 여러 갈래로 골라 반사하는 섬세한 표면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햇빛의 방향이 조금만 바뀌어도 반짝임 위치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짝임이 흔들리는 이유

아침 햇빛은 낮보다 낮은 각도로 내려오므로
눈의 작은 면들을 ‘비스듬하게 훑는다’.
이때 눈 표면의 미세한 울퉁불퉁함이 빛의 반사를 흔들리게 만든다.
그래서 눈바닥의 빛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잔잔한 물 위의 윤슬처럼 움직임을 품은 반짝임이 된다.
나는 그 흔들림을 보며
마치 눈 위에서 빛이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걸음을 멈추면 반짝임도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시야 구석에서 작은 빛들이 계속 피어나고 있었다.

모든 반짝임이 같은 색이 아닌 이유

눈 위 반짝임은 흰빛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은빛·파란빛·노란빛이 살짝 섞여 있다.
이는 아침 햇빛이 가진 색감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낮게 떠 있을 때는 따뜻한 색이 섞이면서
눈빛이 단단한 흰색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빛결로 변한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린 뒤의 아침은
눈 자체보다도 빛이 눈과 함께 만든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놓치는 겨울의 가장 섬세한 순간

눈 위 반짝임은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햇빛이 충분히 낮은 각도로 들어오는 아침 몇 시간,
그리고 눈이 아직 녹기 전의 짧은 시간대에만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 이후에는 눈 표면이 마모되거나 얼음 결정이 녹아 형태가 부드러워져
반짝임이 흐릿해진다.
그래서 이 현상은 겨울이 주는 가장 짧고 섬세한 선물 같다.
나는 지금도 겨울 아침이면
먼저 발밑의 눈빛부터 살핀다.
어떤 날은 조용히 흔들리고,
어떤 날은 눈 전체가 살아 있는 듯한 활기를 보여준다.
이 반짝임은 겨울의 날카로움을 잠시 잊게 하는 고요한 풍경이면서
아침 햇빛이 하루를 깨우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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